가사
초가집 처마 끝 빗물 떨어지듯
눈물도 밤새면 결국 마르더이다
굽은 등 짊어진 세월의 지게
내 어깨도 많이 패였더이다
사람 마음이란 게 참 야속해서
꽃피는 날보다 비를 더 기억해
허나 긴 겨울도 끝은 있더이다
얼어붙은 들판에도 봄은 오기에
굶주린 날들에 달빛을 씹고
외로운 골목에 발자국 남겨
아무도 내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
나는 또 하루를 살아냈더이다
살다보니
울던 날도 지나가더이다
살아보니
아픈 기억도 흐려지더이다
바람아 불어라
내 상처 다 가져가거라
검은 밤 지나면
새벽은 또 오더라
넘어져 흙 묻은 이 두 팔이어도
끝내 꽃 한 송인 피우더라
살다보니
살아지더라
대궐의 불빛도 결국 꺼지고
권세 높은 양반도 흙이 되더라
허니 무엇을 그리 미워하며
짧은 생에 칼을 품고 살았나
나는 이제 압네
느린 걸음이어도 괜찮더라
남보다 늦어도 괜찮더라
내 계절은 따로 오더라
찢어진 버선에 바람이 새도
마음 하나만은 잃지 않았네
오늘을 버틴 그대의 숨결은
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더라
달은 기울어도 다시 차오르고
강물은 돌아 결국 바다에 닿네
우리네 삶 또한 그러하더라
견디다 보면 웃는 날 오더라
바람아 불어라
지난 슬픔 데려가거라
긴 어둠 끝에서
새 날이 떠오르더라
눈물에 젖었던 이 한 많은 세상도
언젠간 추억이 되더라
살다보니
살아지더라
